"넥센타이어 이사회에 내부 토론을 늘리자는 의견을 냈어요. 이사회 토론이 늘면 경영 리스크가 줄거든요. 지금은 매번 이사회가 끝나면 사업 부문별 보고회를 엽니다. 이사진과 경영진, 실무진 사이에 질의응답이 자유롭게 오가고 각자 논거를 가지고 치열하게 토론합니다."
황각규 전 롯데지주 부회장(사진)은 넥센타이어 이사회에 토론 문화를 확산한 장본인이다. 넥센타이어는 황 부회장이 2020년 롯데지주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뒤 처음으로 사외이사 활동을 시작한 곳이다. 2022년 넥센타이어 정기 주주총회 때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됐다. 지난 3월 재선임돼 2028년까지 임기가 남아 있다.
*황각규 전 롯데지주 부회장은 최근 theBoard와 만나 "매출이 증가하면 경영 체계, 일하는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며 "넥센타이어는 3조원에서 10조원으로, 한미글로벌은 1조원에서 3조원으로 매출이 성장하려면 새로운 모멘텀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을 낸다"고 말했다. 황 전 부회장은 넥센타이어, 한미글로벌 사외이사로 활동 중이다.
황 전 부회장은 롯데그룹에서 산전수전을 겪은 전문 경영인이다. 1979년 호남석유화학(현 롯데케미칼)에 입사해 16년을 엔지니어로 일하다 1995년 롯데그룹 기획조정실 초대 국제부장으로 부임하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해외 사업을 일궜다. 롯데그룹은 27개국에 주재원을 파견한 글로벌 기업이다. 황 전 부회장은 2017년 롯데지주 대표이사를 맡아 사드 사태 속에서도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처하며 재계 순위 5위를 지켜냈다.
'사양 산업은 있지만 사양 기업은 없다'는 게 황 전 부회장이 지닌 신조다. 유니클로가 이를 증명하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황 전 부회장은 "후배들이 사양 산업이다, 성장률이 둔화한다는 이유로 너무 쉽게 포기하는 것 같다"며 "성장률이 둔화해도 일정한 파이는 있기 마련인데 거기서 어떻게 1등을 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전 부회장은 올해부터 한미글로벌 사외이사도 겸직한다. 한미글로벌은 창업주인 김종훈 회장이 전문 경영인에게 경영을 맡기는 승계 정책을 운영 중이다. 황 전 부회장은 그동안 경험을 살려 전문 경영인 체제 정착을 돕는 멘토 역할을 하고 있다.
넥센타이어와 한미글로벌이 황 전 부회장을 찾은 이유는 명확하다.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기틀을 만드는 과정에서 조언을 구하기 위해서다. 넥센타이어 타이어 사업 부문 매출은 90%가 해외에서 발생한다. 한미글로벌은 지난해 해외 매출 비중이 57%다.
황 전 부회장은 "매출이 증가하면 경영 체계, 일하는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며 "넥센타이어는 3조원에서 10조원으로, 한미글로벌은 1조원에서 3조원으로 매출이 성장하려면 새로운 모멘텀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을 낸다"고 말했다.
이사회에서는 재무·법률 리스크 등 기업이 직면할 수 있는 리스크 두루 살핀다. 그는 "가능하면 이사회에서 여러 리스크를 스크리닝하는 게 좋다"며 "넥센타이어, 한미글로벌처럼 오너가 있는 기업은 이사회에서 각종 리스크가 거론되면 오너 리스크를 헤징(Hedging)하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넥센타이어 이사회에서는 경영자를 육성하는 사외이사 역할도 하고 있다. 황 전 부회장이 넥센타이어 부문장 보고회 때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은 '한국타이어, 미쉐린, 브리지스톤 등 경쟁사는 어떻게 하는지'다. 그는 "앞선 기업들이 어떻게 하는지 알아야 따라갈 수 있다"며 "경영자의 능력을 향상하거나 사고 스펙트럼을 넓혀주는 질문을 자주 한다"고 말했다.
2세 경영에 돌입한 넥센타이어에 거버넌스 정비와 재무·회계 건전성을 확보 방안도 조언한다. 넥센타이어는 올해 이사회 의장을 창업주인 강병중 대표이사 회장에서 2세 경영인 강호찬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바꿨다. 수시로 바뀌던 장·단기 차입금 비율도 중장기 계획을 세우고 장기 비중을 60%대로 맞추도록 조력했다.
현대자동차그룹, 롯데그룹 등 재계에서 전·현직 기업인 사외이사가 늘어나는 현상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황 전 부회장은 "발언권 있는 사외이사가 이사회에 들어가 때로는 제동을 걸 수도 있어야 한다"며 "이사진이 더 섞여야 하는데 한국에는 큰 그룹들이 있어 쉽지 않은 면도 있다"고 말했다.
황 전 부회장은 벤처기업 멘토링 활동도 한다. 황 전 부회장이 지분을 투자한 리튬 메탈 배터리 개발업체 BEI랩에는 투자 유치, 일하는 방법 등을 조언한다. 과거 롯데벤처스 이사회 의장 시절 인연을 맺은 10여 개 벤처 기업도 2~3개월에 한 번씩 방문해 고민을 들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