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크시스템스는 더이상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정책 핵심 수혜 기업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 시절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따라 소부장 기업 육성 정책 대표 수혜 기업으로 꼽혔지만 윤석열 정부 들어 정책 무게중심이 바뀌면서 지원
대상에서 멀어졌다. 웬만한 소재·부품 기업은 여전히 세제 혜택을 누리고 있어 소외감이 커진 듯한 분위기다. 이런 상황에서 최기영 사외이사(
사진)의 역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파크시스템스는 2024년 한해 36억원에 육박하는 법인세를 냈다. 별도기준 세전이익은 425억원으로 유효세율은 8.4% 수준이었다. 해당 법인세 부담 규모는 과거와 비교해 상당히 커진 것이다. 2021년에는 법인세 비용이 마이너스 6억원을 기록해 세부담이 없었고 그 이전 가장 컸던 법인세 비용도 9억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2022년 36억원으로 급증한 이후 2023년 14억원 기록한 데 이어 2024년 36억원으로 부풀었다.
업계에서는 법인세 부담 변화 배경을 소부장 정책 변화와 연결해 해석한다. 2019년 일본의 수출규제 직후 정부는 소부장 경쟁력 강화 대책을 발표하고 관련 기업에 대한 세제 지원을 대폭 확대했다. 구체적으로는 연구개발(R&D) 세액공제를 비롯해 투자 세액공제 확대, 외국인 기술자 소득세 감면 등이 꼽힌다. 원자현미경 기반 나노 계측 장비를 제조하는
파크시스템스도 장비 기업으로 분류돼 정책 수혜를 입었다.
하지만 2022년 분위기가 바뀌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정책 무게중심이 주로 반도체 분야 소부장 기업 지원에서 반도체 분야뿐 아니라 이차전지와 바이오 등 첨단 제조업 전반을
대상으로 한 투자 지원 정책 성격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파크시스템스 등과 같은 반도체 장비 중견기업들이 소부장 정책 지원
대상에서 배제되다시피 했고 이에 따라 법인세 비용 부담이 증가했다는 게 전문가들 설명이다.
문제는 반도체 시장 활성화를 위해선 장비 기업 지원이 여전히 중요하다는 점이다. 시장 관계자는 "인공지능 시장 확대로 반도체 시장이 유례없이 커졌지만 이 시장 생태계가 커지기 위해서는 장비 기업에 대한 지원도 꾸준히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국내 반도체 산업 육성을 경제안보 정책의 핵심으로 보고 과거 소부장 기업 성장 지원 정책을 유지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선보인 바 있다.

다만 이 문제를 개별 기업이 직접 나서 해결하긴 쉽지 않다. 시장에서는 지난해
파크시스템스 이사회에 합류한 최기영 사외이사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 서울대 명예교수인 최 사외이사는 문재인 정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 장관을 역임한 인물이다. 과기부 장관 시절 소부장 기업 지원 정책 실시를 주도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정책 설계 경험이 있는 만큼 정부와 기업 간 가교 역할에 딱 맞는 인사라는 평가다.
한 재계 관계자는 "정권이 바뀌는 과정에서 구체적 정책 지원
대상이 바뀌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현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이 과거 정책의 연장선 성격을 띈다면 시장이 필요로 하는 부분을 당국에 전달하는 작업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면서 "최 사외이사의 경우 이 정책에 대해 가장 정통한 인물 중 한 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정부와 기업 간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는 최적의 인사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다만 최 사외이사가 이사회에 합류한지 1년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이라 가시적 성과를 논하기엔 이르다는 지적이다. 이사회 물밑에서는 관련 대응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단계라는 전언이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자산 2780억원 규모의
파크시스템스는 여타 코스닥 상장사와 달리 기술 정책 분야 인사를 사외이사로 집중 영입하고 사외이사 위주 이사회를 꾸리는 등 이사회 전문성을 강조하고 있는 기업으로 꼽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