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은 성장의 변곡점을 맞이할 때마다 이사회 구성에 큰 변화를 준다. 외부에서 재무적투자자(FI) 및 전략적투자자(SI)를 유치했거나 기업공개(IPO), 인수합병(M&A), 기업분할 등 큰 변화가 일어나면 의사결정 최상단에 있는 이사회도 바뀌기 마련이다. theBoard는 기업의 중요한 순간마다 이사회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들여다본다.
한화생명이 10여년 만에 각자 대표이사 체제를 다시 구축하면서 이사회 내 사내이사 비중이 50%로 확대했다. 생명보험사 상당수가 사외이사 위주의 이사회를 구축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한화생명이 선임 사외이사 제도를 도입하고 있는 만큼 이번에 새롭게 선임된 각자 대표 중 한 명이 이사회에서 신임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될 전망이다.
지난 5일 한화생명은 임시 주총에서 권혁웅 전 한화오션 대표와 이경근 전 한화생명금융서비스 대표를 각자 신임 대표로 선임했다고 공시했다. 두 각자 대표의 임기는 2년이다. 한화생명이 각자 대표를 선임한 건 2015년 김연배 차남규 각자 대표를 끝으로 10여년 만이다. 2019년부터 6년 간 대표로 일한 여승주 전 대표는 그룹으로 적을 옮겼다.
권 신임 대표는 1985년 한화에너지에 입사해 한화토탈에너지 대표와 ㈜한화 지원부문 총괄, 한화오션 대표와 상근고문 등을 거쳤다. 그룹에서 손꼽히는 M&A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1991년 한화생명에 입사한 이 신임 대표는 한화생명 전략추진실장과 사업지원본부장, 보험부문장 등을 거쳐 한화생명금융서비스 대표 등을 역임한 바 있다.
한화생명은 지배구조내부규범에서 대표 자격요건으로 △금융에 대한 경험과 지식 보유 여부 △회사의 비전 공유 역량 보유 여부 △회사의 공익성 및 건전 경영 역량 보유 여부 등 3가지를 들고 있다. 한화생명은 대표와 사외이사, 감사위원 후보를 추천하기 위해 이사회 산하에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설치, 각 영역의 후보를 추천 관리하고 있다.
두 대표는 임직원 대상 'CEO 레터'를 통해 "보험을 넘어 고객 생애 전반에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라이프솔루션 파트너로 성장하자"며 "글로벌 톱티어와 파트너십 확대, 인공지능 기술 및 디지털 역량 고도화를 통해 차별화된 상품과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고 했다. "글로벌 종합금융그룹은 변함없이 추구해 나갈 목표"라고도 했다.
신임 대표 선임으로 이사회 구성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한화생명 정관에 따르면 이사회 구성원은 5명 이상이어야 한다. 한화생명 이사회는 사내이사 3명과 사외이사 4명 등 7명의 이사로 구성, 사외이사가 이사회 과반 이상을 차지해 왔다. 하지만 이번 각자 대표 체제 도입으로 사내외이사가 각각 4명씩 동률로 총 8명의 이사로 꾸려지게 됐다.
현재 상장해 있는 여타 생보사가 대부분 사외이사 위주의 이사회를 꾸리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현행법은 금융사로 하여금 이사회 내 사외이사 비중이 과반 이상을 차지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각 기업은 이사회의 투명성과 독립성을 강조하기 위해 사외이사 비중을 현행법 기준보다 높은 수준으로 유지해 이사회를 운영하고 있다.
한화생명 정관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 출석과 출석이사 과반수로 이뤄진다. 사내이사가 과반을 차지하는 경우 사외이사 자력으로는 이사회 결의가 불가능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외이사의 경우 정보 취득 시점이 사내이사보다 늦고 의견을 반영시키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사회 의장도 새로 선출한다. 지금까지 의장은 여승주 전 대표가 맡아왔다. 한화투자증권 대표에 이어 한화생명 사업총괄 등을 맡아 온 여 전 대표는 2019년 한화생명 대표에 취임해 6년 간 재직했다. 한화생명이 선임 사외이사 제도를 도입하고 있는 점을 감안, 조만간 열릴 이사회에서 두 대표 중 한 명이 의장으로 선임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선임 사외이사는 과거 통계청장을 역임하고 현재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원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이인실 사외이사가 맡고 있다. 이 사외이사는 현재 감사위원회와 보수위원회, 내부거래위원회, 지속가능경영위원회 등 이사회 산하 4개 위원회 위원장을 겸임하고 있다. 이 사외이사는 현재 삼성SDI 사외이사직을 겸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