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이슈 & 보드

테슬라가 쏘아 올린 공…보상위 독립성 '재검토' 시급

일론 머스크 200조 보상안 미국 법원서 취소 뒤 번복…법조계, 한국서 유사 사례 재현 가능성 제기

이돈섭 기자

2026-01-14 11:14:06

편집자주

기업 이사회는 회사의 업무 집행에 관한 사항을 결정하는 기구로서 이사 선임, 인수합병, 대규모 투자 등 주요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곳이다. 경영권 분쟁, 합병·분할, 자금난 등 세간의 화두가 된 기업의 상황도 결국 이사회 결정에서 비롯된다. 그 결정에는 당연히 이사회 구성원들의 책임이 있다. 기업 이사회 구조와 변화, 의결 과정을 되짚어보며 이 같은 결정을 내리게 된 요인과 핵심 인물을 찾아보려 한다.
지난해 상법 개정 여파가 올 정기주주총회 시즌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이사의 주주충실 의무를 둘러싼 법적 책임 공방뿐 아니라 보상위원회가 책정하는 임직원 보수 수준을 둘러싸고도 주주 간 분쟁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독립성에 하자가 있다고 판단되는 이사가 참여하는 보상위가 오너 경영인 보수를 결정했다면 그 결정 과정의 적법성 자체가 쟁점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형 로펌에 관련 문의도 접수되고 있다.

이 이슈에 불을 당긴건 미국 델라웨어 법원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대규모 보상안의 적정성을 판단하는 과정에서 미 법원은 '완전한 공정성'이라는 법리를 제시해 보상위 독립성과 오너 경영인 간 관계를 문제 삼았다.

우리나라 법원이 미국 법원 판례를 따라야 할 이유는 없지만 그간 미국 법원 아이디어를 차용한 이력이 있다는 점에서 보상위 결정이 문제됐을 때 이 법리가 차용될 가능성은 열려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오너가 등기이사로 경영에 직접 관여하는 경우 독립성에 하자가 있는 사외이사의 보상위 참여는 법리 다툼 꺼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

◇ 테슬라 200조 보상안 두고 소송…공정성 판단 법리 등장

머스크 CEO 보상안 논란의 시작은 8년 전인 2018년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테슬라 이사회는 머스크에게 일정 수준 이상의 경영 성과를 달성할 경우 당시 발행주식의 9%에 해당하는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을 단계적으로 부여하는 안건을 승인했다. 해당 안건은 그해 3월 정기주주 총회에 상정됐고 의결권을 행사한 이해관계 없는 주주 과반 이상(75%) 찬성을 얻어 통과됐다.

보상안이 승인된 당시 기준 스톡옵션 가치는 560억달러(한화 약 60조원) 수준으로 평가됐다. 이후 테슬라 주가가 급등하면서 현재 시세 기준 옵션 가치는 1400억달러(200조원)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불어났다. 다만 테슬라 시가총액이 8조 달러를 넘어야 하며 옵션 행사로 취득한 주식은 7년 이상 매각이 제한된다는 조건이 붙어 있다. 향후 테슬라 주가 흐름에 따라 스톡옵션 가치는 또 출렁일 수 있다.

당시 테슬라 주주였던 리처드 토네타(Richard Tonertta)는 이 보상안을 문제 삼아 델라웨어 형평법원에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했다. 머스크가 지배주주 지위에서 이사회로 하여금 보상안을 승인하도록 했고 이사회 구성원이 이에 찬성함으로써 신인의무를 위반했다는 주장이다. 법원은 심리를 장기간 이어갔고 그 사이인 2023년 초 머스크는 성과 요건을 충족해 스톡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올랐다.

원심 판결은 2024년 초 나왔다. 법원은 머스크가 개인 최대주주로서 특정 정관 개정안을 차단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고 창립자이자 CEO이면서 이사회 의장을 겸임해 회사 내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머스크가 보상위 위원 포함한 이사회 구성원과 개인적·사업적 유대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들어 보상안 통과 과정에 부당한 압력이 가해졌다고 판단했다.


이 과정에서 법원은 이른바 '완전한 공정성'이라는 내용의 심사 기준을 적용했다. 보상안의 공정하다는 점이 입증되지 않는 한 이를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다. 주주에 이사 이해상충 문제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공개했는지 보상위 실질적 독립성이 확보됐는지가 핵심 쟁점이었다. 원심은 결국 머스크에 대한 보상안을 전면 취소하는 것이 적절하고 합리적이라 판단했다. 테슬라는 상고에 나섰다.

델라웨어 대법원이 판결을 내린 건 지난해 12월이다. 대법원은 원심이 내린 보상안 취소 판결을 파기했다. 테슬라 이사회가 머스크에 지급한 보상안을 최종적으로 허용한다는 것이었다. 머스크가 그간 성과 목표 달성을 위해 투입한 시간과 노력은 회수할 수 없다는 것이 주요 이유였다. 주주 소송으로 무산될 뻔했던 200조원 규모의 보상안이 확정된 순간이었다.

◇ 독립성 하자 이사가 보상위 참여해 오너 경영인 보수 결정 '불가'

델라웨어 대법원이 보상안 취소 판결을 뒤집었지만 원심이 제시한 완전한 공정성 판단 프레임까지 부정한 것은 아니었다. 원심이 제기한 완전한 공정성 기준은 지배주주 보상을 책정하는 과정의 유효한 판단 근거로 남게 됐다. 최대주주가 회사 내 지배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이사회 구성원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면 이사회 결정에 실질적 영향력이 미쳤다고 볼 수 있는 기준은 유효하다는 의미다.

국내에서도 유사한 분쟁이 불거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지난해 상법 개정으로 이사의 주주충실 의무가 강화되면서 일반주주가 이사회 보상위 결정을 문제 삼을 경우 법원이 델라웨어 법원이 제시한 완전한 공정성 개념을 차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실제로 우리 법원은 델라웨어 법원의 판단 기준과 개념 등을 꾸준히 참고해 왔다. 지난해 상법 개정 과정에서도 델라웨어 법원 판단 기준이 거론된 바 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경우 보상위의 경영진에 대한 대규모 보상안이 도마에 오를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경우 이재용 회장이 직접 경영에 참여하고 있지 않고 SK하이닉스의 경우 최태원 회장이 미등기 임원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기본급 이상의 보수를 받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완전한 공정성 개념을 전면 적용해 분쟁으로 비화할 소지는 크지 않다.

반면 두산과 롯데 LG GS 등과 같이 오너가 그룹 경영에 직접 참여하며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는 경우에는 다툼의 여지가 남아있다. 이 경우 핵심은 보상위에 참여하는 이사의 독립성이다. 보상위 위원이 과거 어떤 형태로든 소속 기업과 거래 관계를 맺었거나 오너 경영인과 개인적 친분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면 일반주주가 보상위 결정을 문제삼을 여지는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코스피 상장사 경동나비엔 사례는 참고할 만하다. 경동나비엔은 2024년 홍준기 전 경동나비엔 대표(2017~2018)를 사외이사 후보로 선임했다. 당시 국민연금 등은 독립성 결여 등의 이슈를 내세워 반대했지만 모회사 측 지지에 힘입어 홍 전 대표는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당시 경동나비엔 이사회에는 오너 경영인 손연호 회장과 그의 아들 손흥락 사장이 참여하고 있었고 별도의 보상위는 설치돼 있지 않았다.

임직원 보수 수준을 결정하는 논의는 이사회 전체적으로 이뤄졌다. 손 회장에 의해 대표로 선임된 바 있는 홍 전 대표가 사외이사로서 손 회장과 함께 손 회장 보수 수준을 결정한 셈이다. 손 회장의 연봉은 5억원 수준으로 상대적으로 높진 않지만 보상위의 독립성 이슈는 제기될 여지가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상법 개정으로 테슬라 판결에서 제기된 공정성 이슈를 법원이 차용할 가능성이 존재하고 관련 문의도 접수되고 있다"면서 "행동주의 펀드 중심으로 주총 시즌 보상위 결정이 문제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