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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보드 인터뷰

"기업 거버넌스 성패 좌우할 마지막 변수는 '문화'"

전선애 하나카드·DB손해보험 독립이사 "행동주의 펀드 출현 구조적 흐름에서 봐야"

이돈섭 기자

2026-07-29 16:34:29

"행동주의 펀드 출현은 자본시장의 구조적 흐름 속에서 봐야 합니다. 행동주의에 무조건 맞서거나 무조건 수용하는 접근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이사회가 안건을 영역별로 분류해 기업 가치 제고에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분석하고 펀드 측에는 회사 판단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중앙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인 전선애 하나카드·DB손해보험 독립이사(사진)는 최근 더벨과 만나 행동주의 시대 금융회사 이사회의 역할을 설명했다. 전 독립이사는 "좋은 이사회는 단순히 답을 잘하는 이사회가 아니라 경영진에 불편한 질문을 할 수 있는 이사회"라며 "주주 요구를 객관적으로 검토하고 회사가 충분한 근거를 갖고 시장과 소통하도록 만드는 것이 이사회의 본연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전 독립이사는 고려대를 졸업하고 미국 오하이오주립대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07년 중앙대 교수로 임용돼 현재 국제대학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2022년 하나카드 이사회 합류를 시작으로 2023년 DB손해보험 독립이사로도 선임돼 두 금융회사 이사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내부통제와 리스크관리, 임원후보추천위원회 등 핵심 거버넌스 의제를 직접 다루고 있는 여성 독립이사로 잘 알려져 있다.

◇ 얼라인 주주행동 대응에 DB손보 이사회 역할 강조

지난해 상법 개정 이후 시장 내 화두 중 하나는 행동주의 공세에 어떻게 대응하느냐다. 주주 권한이 강화되면서 행동주의 펀드 공세가 거세졌기 때문이다. 전 독립이사가 몸담고 있는 DB손보 이사회는 앞서 행동주의 펀드 공격에 대응해 본 경험이 있다. 지난해 DB손보 지분을 취득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은 지난 2월 주주서한을 보내고 자본 효율성 제고와 주주환원 확대, 지배구조 개선, 내부거래 감독 강화 등을 요구했다.

어떻게 하면 행동주의 펀드 공세에 잘 대응할 수 있을까. 전 독립이사는 첫 단계로 정확한 분류를 강조했다. 펀드가 요구하는 안건에 대한 시비를 가리기보다 그 내용이 자본정책에 관한 것인지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것인지 정확하게 분류하는 것이 먼저라는 의미다. 그는 "행동주의 출현은 예외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흐름"이라며 "요구 내용을 분석하고 기업 가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따져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사진=중앙대학교]
행동주의 펀드 대응에는 이사회가 나서야 한다는 점도 명확히 했다. 이사회가 요구를 의제별로 나누고 데이터를 바탕으로 회사 입장을 정리해 시장과 소통해야 한다는 것이다. 행동주의 펀드가 제기한 안건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그동안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경영 판단 내용을 다시 점검하고 판단 논리를 보완할 수도 있다. 행동주의 펀드 요구를 이사회 의사결정의 타당성을 점검하는 계기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미다.

다만 금융회사는 여기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야 한다. 금융업은 돈을 벌기 전에 신뢰를 먼저 빌려써야만 하는 산업이다. 금융회사가 의사결정에 실패할 경우 그 비용은 회사 내부에 머물지 않고 소비자와 시스템 전체로 번지게 된다. 거버넌스는 금융회사 신뢰를 유지하는 최후의 제도적 장치다. 행동주의 펀드 요구 역시 주주가치뿐 아니라 회사 건전성과 소비자 보호, 공공성 가치 등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전 독립이사는 "행동주의 펀드 요구를 무조건 막는 것도 무조건 따르는 것도 그 어느 쪽도 바람직한 대응은 아니"라면서 "회사가 수용할 수 있는 요구는 빠르게 받아들이고 그렇지 않은 부분은 명확한 근거를 바탕으로 설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설명하기 어려운 의사결정이라면 다시 한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충분한 논리를 갖고 있다면 이사회가 자신감을 갖고 소통에 나서면 된다"고 말했다.

◇ 제도는 이미 갖춰졌다…거버넌스 성패는 이사회 '문화'

이사회 역할 확대는 최근 연이은 제도 재편으로 빨라지는 추세다. 지난해 상법이 개정되면서 주주 보호라는 원칙이 강화됐고 그에 앞서 금융회사지배구조법 개정으로 임원별 책무구조를 문서 제도화해 이사회가 내부통제와 리스크 관리에 대한 최종 감독책임을 갖게 된다는 점이 제도적으로 명확해졌다. 결국 이사회가 자문기구를 넘어 내부통제와 리스크 관리까지 책임지는 감독기구로 역할이 확대됐다는 설명이다.

이 과정에서 독립이사 개개인 전문성은 독립성만큼이나 중요해졌다. 전 독립이사는 "예전에는 CEO를 견제하는 것이 이사 개인 역량의 문제였다면 이제는 절차의 문제로 바뀌었다"면서 "독립이사 스스로가 책임을 감당할 수 있는 정보와 판단 역량을 갖고 있는지가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현행 제도가 이사회에 일정 수준의 역할을 요구하면서 이사 섭외 과정에서도 관련 전문성이 중요해졌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독립이사 책임이 커진 만큼 이에 걸맞은 정보 접근성과 지원 체계도 함께 갖춰져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이사회가 필요한 정보를 적시에 제공받고 법률·회계·리스크관리 등 분야별 외부 전문가 자문을 적극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정보와 역량이 충분히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 책임만 강화해서는 기업 거버넌스를 실질적으로 개선시키기 어렵다는 게 전 독립이사의 생각이다.

이런 차원에서 이사회 평가도 중요하다. 이사회와 이사 개인 평가 결과가 모두 상향 평준화된다고 하더라도 평가 과정 자체가 이사회 멤버들에게 긴장감을 주고 활동을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 독립이사는 "이사회 평가의 진짜 의미는 결과 그 자체보다는 이사회 내 긴장감을 불어넣고 자기를 점검케 하는 데 있다"면서 "평가를 의식하는 것만으로 이사회는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향후 금융회사 거버넌스 성패는 문화가 좌우할 것이란 생각이다. 이사회 관련 제도 개선으로 제도적 기반은 상당 부분 갖춰졌다. 이제 남은 과제는 실제 이사회에서 질문과 토론이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CEO에게도 반대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일이다. 전 독립이사는 "좋은 이사회는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불편한 질문도 마다하지 않는 이사회"라며 "결국 거버넌스의 마지막 과제는 문화"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