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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 리스크, 이사회 역할은

경영권 분쟁 사례로 본 이사 선임 제도 문제점

⑤한진·한미·콜마 등 최대주주 영향력 과도…일괄 선임 및 집중 투표제 등 제도 개선 필요성 대두

이돈섭 기자

2025-07-25 15:04:46

편집자주

삼성전자가 이재용 회장의 사법리스크를 털어냈지만, 여전히 오너 리스크에 노출돼 있는 기업은 상당수다. 이사회는 리스크를 방지하고 대응책을 마련해야 하는 유일무이한 기구다. theBoard는 다양한 오너 리스크 속 각 기업 이사회의 현 주소를 짚어보고 향후 대안을 모색해본다.
이사회 자체가 경영권 분쟁으로 혼란스러워지는 경우는 허다하다. 한진그룹과 한미약품그룹, 최근 콜마그룹까지 최대주주 일가 경영권 분쟁은 이사회를 중심으로 이어져 왔다. 시장에서는 최대주주의 이사회 영향력 확대 시도 자체를 막긴 어렵겠지만 제도 자체를 바꿈으로써 영향력을 줄일 수는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집중투표제 등으로 최대주주 영향력보다 일반 주주의 권리를 강화하는 대안을 주장하는 이유다.

◇ 콜마그룹 오너가 분쟁 한창…이사회 놓고 경영권 다툼

콜마그룹 오너가 분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윤동한 회장이 콜마홀딩스를 상대로 법원에 검사인 선임 신청을 제기했다. 검사인 선임 제도는 회사 업무 집행에 부정행위나 법령이나 정관 위반 사유가 있을 때 회사 업무와 재산 상태를 조사하기 위해 검사인을 선임하는 제도다. 이사 해임이나 주주 대표 소송 등 추가 법적 대응 전 단계로 검사인이 필요하다고 인정할 경우 법원은 대표에게 주주총회 소집을 명할 수 있다.

검사인 선임 신청 목적은 콜마BNH 임시주총 개최를 막기 위한 것이다. 지난 5월 초 콜마홀딩스는 법원에 콜마BNH 상대로 임시주총 소집을 허가해달라는 신청서를 접수했는데, 이 행위가 이사회 사전 결의 등을 거치지 않아 무효라는 지적이다. 콜마홀딩스 정관은 이사회는 회사 업무의 중요사항을 결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자회사 경영진 교체는 중요한 경영 사항이지만 콜마홀딩스는 안건 결의를 위한 이사회를 열지 않았다.

임시주총 안건 내용은 윤상현 부회장과 이승화 전 CJ제일제당 부사장을 이사로 선임한다는 것이다. 이 전 부사장은 콜마BNH의 새 대표로 선임할 계획이다. 콜마BNH 주총에서 안건이 통과되려면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주식 수 과반수 찬성이 필요하다. 임시주총이 열릴 경우 콜마홀딩스가 44% 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해당 안건이 주총을 통과할 가능성이 작지만은 않다는 분석이다.


윤상현 부회장 측이 콜마BNH 이사회에 진입할 경우 콜마BNH 이사회 규모는 비대해질 수 있다. 현재 콜마BNH 이사회는 사내이사 1명과 사외이사 2명, 기타비상무이사 2명 등 총 5명의 이사로 구성돼 있는데, 윤 부회장 측 인사가 가세하면 이사 수가 7명까지 불어날 수 있다. 이사 선임 과정에서 표 대결 역시 불가피하다. 콜마BNH 정관은 최소 3명 이상의 이사로 이사회를 꾸리도록 할뿐, 이사 수 상한을 특정하고 있진 않다.

앞서 윤동한 회장 측은 지난달 윤상현 부회장을 상대로 460만주 규모 콜마홀딩스 주식 반환청구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윤상현 부회장이 그룹 경영을 맡되 동생 윤여원 대표는 콜마BNH를 경영키로 합의한 내용을 윤상현 부회장이 어기고 콜마BNH 경영에 개입하려 했다는 점을 문제삼은 것. 반면 콜마홀딩스는 콜마BNH 실적부진과 주가하락을 지적하고 있다. 지난해 콜마홀딩스 매출액 중 90% 이상이 콜마BNH에서 발생했다.

◇ 전문가 "이사 선임 방식에 문제"…집중투표제 대안 가능

상장사 이사회가 경영권 분쟁에 시달리는 건 어제오늘일이 아니다. 한미약품그룹은 주력 계열사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를 놓고 작년 한해 창업주 일가가 경영권 분쟁을 벌였고 한진그룹은 그룹 지주격인 한진칼 이사회를 장악하기 위해 최대주주 일가가 갈등을 겪었다. 한진그룹은 당시 갈등을 매듭짓는 과정에서 호반그룹이 한진칼 지분을 확보할 기회를 제공했는데, 호반그룹이 지분을 확대하면서 새로운 분쟁을 겪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사회를 두고 일부 주주가 경영권을 다투는 근본 원인이 이사 선임 방식에 있다는 데 입을 모은다. 현재는 주총에서 이사를 선임할 때 한 명씩 주총 표결에 부치고 있는데, 이 제도 하에서는 최대주주 영향력이 과도하게 발현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한 표라도 더 받는 이사가 결국 선임되는 현재 구조 상에서는 최대주주가 지분 과반을 갖고 있지 않더라도 이사 선임을 관철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안으로는 모든 이사 후보를 한꺼번에 뽑는 방법이 제기된다. 신규 이사를 세 명 뽑는다고 가정했을 때 모든 후보 선임을 한 번의 표결에 부쳐 많은 표를 받은 상위 세 명의 후보를 선임하는 방식이다. 콜마홀딩스가 콜마BNH 임시주총에 두 명의 이사 후보를 올릴 때 콜마BNH 측도 추가 이사 후보를 내고 모든 이사 후보 선임을 한 번의 표결에 부쳐 표를 많이 받은 상위 두 명의 후보를 이사로 최종 선임하는 형식이다.

상법 개정안 논의 과정에서 도마 위에 올랐던 집중투표제를 비슷한 대안으로 제안할 수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이 제도가 시행되려면 상장사는 일반주주의 동의를 받아야 이사를 선임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면서 "지분 30% 안팎을 가지고도 이사회를 장악할 수 있는 지금의 방식은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최근 국무회의에서 공포된 상법 개정안에는 집중투표제 도입 내용은 포함돼 있지 않다.

다만 집중투표제로 선임된 이사의 경우 이사회 합의를 어렵게 할 수 있을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한 상장사 사외이사는 "현재 이사회는 이사회가 자체적으로 후보를 추린 뒤 주총에서 신임을 묻는 방식으로 기존 이사와 협력을 도모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면서도 "집중투표제로 선임돼 이사회에 들어오는 이사의 경우 기존 이사들과 의견이 맞지 않아 경영 의사결정을 차일피일 미루게 되는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