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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보드 인터뷰 상법개정, 패러다임 시프트

이창환 대표 "이사회 바뀌면 전략도 바뀐다"

⑦얼라인파트너스 대표이사, 주총 표대결 대신 비공개 설득으로 전환 가능성

이지혜 기자

2025-07-04 10:46:45

편집자주

상법개정안은 단순한 법조문 변경이 아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해묵은 과제를 정면으로 겨냥한 제도적 응답이다.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간 균형을 맞추고자 이사회 등 지배구조를 대대적으로 손보겠다는 정부의 선언이기도 하다. 시장도 반응했다. 투자자의 시선은 상법개정이 일으킬 실질적 변화에 집중되고 있다. theBoard는 권한과 책임, 경영과 견제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이사회 패러다임의 전환 가능성을 짚어봤다.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하 얼라인파트너스)은 국내 주주 행동주의 펀드를 논할 때 빠지지 않는 이름이다. 2020년 감사위원 분리선출과 3%룰 도입을 계기로 활동 범위가 넓어졌다. 대표 사례로는 SM엔터테인먼트, JB금융지주, 코웨이 등이 있다.

이번 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얼라인파트너스를 포함한 행동주의 펀드에 다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사의 주주충실 의무 명문화,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및 3%룰 등이 담겨 행동주의 펀드 활동이 눈에 띄게 증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얼라인파트너스 측의 평가는 정작 다르다.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는 “행동주의 펀드의 공개적 활동이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 이사회의 자정작용으로 공개적 캠페인을 벌이지 않고도 조용히, 물밑에서 주주가치 제고를 유도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사회 자정작용 기대, 주주 소통 확대로 비공개 대화 선회 가능성"

이창환 대표(사진)는 상법 개정안을 두고 "이사의 주주충실 의무가 명문화하면 지배주주의 사익 추구 행위가 감소할 것"이라며 "공개적 주주 행동주의 캠페인도 상법 개정 이후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의 예상을 다소 비껴가는 대답이다.
이사의 주주충실 의무 명문화는 이사가 직무 수행으로 위하는 대상을 종전 ‘회사’에서 ‘전체 주주’로 확장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또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등 전체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만일 이사가 이런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판단되면 주주가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열렸다.

이 대표는 “이 제도가 도입돼도 법적 절차가 많아 주주들이 소송을 통해 법적으로 구제를 받기는 사실상 어렵다”면서도 이사회가 스스로 지배주주를 견제하려는 자정작용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지배주주의 사익 추구를 위한 목적의 기업 분할, 합병 등 구조 재편과 주식 연계증권 발행, 자사주 처분, 특수 관계자 거래가 이사회에서 걸러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얼라인파트너스 등 주주 행동주의 펀드도 비공개 대화 중심 전략으로 선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과거에는 기업들이 비공개적 주주 관여를 무시했기 때문에 공개적 주주 캠페인이나 주주총회 표대결을 펼친 것”이라며 “기업들이 평상시 주주로부터 지지받고자 애쓰는 등 비공개 주주 관여 단계에서 적극적으로 소통에 나선다면 주주 행동주의 펀드도 건설적인 비공개 대화로 기업의 변화를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주주 이사 선임 가능성만으로 이사회 개선 효과 크다"

물론 이사의 주주충실 의무 명문화만으로 이런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내다보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 더 실질적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는 법안은 △감사위원 분리선출제 확대와 3%룰, 그리고 △집중투표제도다.

다만 감사위원 분리선출 제도 확대와 집중투표제도는 이번 개정에서 제외하되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감사위원 분리선출제와 3%룰은 감사위원이 되는 이사의 경우 다른 이사와 별도로 선출하되 이때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것을 말한다. 집중투표제도는 주주총회에서 이사를 여러 명 선출할 때 주주가 자신이 가진 주식 수에 선출되는 이사 수를 곱한 만큼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다.


특히 이 대표는 집중투표제를 강조했다. 이론상 주주들이 지분율에 따라 비례적으로 이사회에 참여할 수 있어야 이상적인데 여기에 가장 가까운 제도가 집중투표제라고 했다. 대표적 사례로 JB금융지주를 꼽았다. 지난해 주총에서 집중투표제로 주주 추천 사외이사 2인이 이사회에 진입한 이후 JB금융지주가 최상위의 주가 수익률을 달성하고 있어서다.

그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모든 수단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집중투표제 무력화를 시도할 것”이라며 “그러나 이 제도가 도입돼 일반주주가 지배주주로부터 독립적 이사를 단 한 명이라도 선임할 수 있게 되면 절차의 철저한 준수, 전체 주주 관점에서 안건 검토, 토론, 의사록의 내실화 등 이사회 운영의 전문성과 투명성이 크게 제고될 것”으로 내다봤다.

설사 집중투표제가 의무화만 하고 실제 주총에서 많이 활용되지 않는다고 해도 의미가 클 것으로 분석했다. 이 대표는 “일반주주에 의한 소수 이사 선임 가능성이 생기는 것만으로도 이사회가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고려해 일하도록 만드는 유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도 보완 과제…자사주 소각·증거개시제 도입 필요

이 대표는 상법 개정이 기업가치를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면서도 몇 가지 보완 과제를 제시했다. 그는 “지배주주의 사익 추구 과정에서 발생하는 주주가치 훼손 행위가 줄어들고 ROE(자기자본이익률) 중심 경영이 확산되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자 반응에 대해서는 “국내 투자자들의 예탁금이 늘어나는 것으로 상법 개정에 대한 관심을 가늠할 수 있다”며 “외국인 투자자는 일본, 대만 증시와 비교하며 한국 증시가 기업 거버넌스 정상화와 주주보호 개선을 통해 재평가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제도 보완 과제도 제시했다. 이 대표는 “자사주를 모두 소각하도록 해야 한다”며 “판례상 지배주주가 통제하는 이사회 결의만으로 자사주가 경영권 방어 목적으로 처분되는 것이 전적으로 허용되어 있어서 문제”라고 짚었다.

또 “주주들이 법적 구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한국형 증거개시 제도 도입, 상사 전문법원 설립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내실 있는 안건 검토, 의결권 행사를 위해 주총 소집통지 시기를 앞당기고 주주간 분쟁 시 법원이 지정하는 제3자가 주총 의장을 맡는 방식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