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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보드 인터뷰

신한운용 첫 사외이사 수책위원장 "운용사도 감시 필요"

법무법인 리우 소속 신선경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장 "기관 투자 책임 강화할 것"

이돈섭 기자

2026-06-18 16:03:24

신한자산운용은 최근 수탁자책임위원회 위원장에 법조인 출신의 신선경 사외이사(사진)를 선임했다. 사외이사가 수책위를 이끄는 건 국내 운용업계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국민연금 출신인 이석원 대표 체제에서 의결권 행사 체계를 전면 개편하는 과정에서 나온 결정이다. 이는 단순 인선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기관투자자 역시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주체인 만큼 스스로 거버넌스를 갖춰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반영됐다.

신한운용 수책위원장을 맡은 신 사외이사는 현재 감사위원장도 겸직하고 있다. 내부통제와 수탁자책임 거버넌스의 핵심 축을 동시에 담당하게 된 셈이다. 현재 법무법인 리우 파트너 변호사로 재직하고 있는 그는 금융 기업지배구조 분야 전문가로도 잘 알려져 있다. 법무법인 세종에서 금융 관련 업무를 담당했고 미국 스탠퍼드 로스쿨에서 기업 거버넌스를 공부했다. 카카오와 부루구루 등 기업 이사회에서도 활동했다.

수책위원장에 신 사외이사를 선임한 데는 대표이사 의중이 크게 반영됐다고 전해진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서 전략본부장을 지낸 이 대표는 올해 초 신한운용 대표 취임 이후 의결권 행사 체계 독립성 강화를 꾸준히 강조해왔다. 신한운용은 지난해 의결권 행사 업무를 운용 조직에서 분리해 SDGs전략팀으로 이관한 데 이어 이번에 사외이사에게 수책위원장직을 맡기며 수탁 책임 업무의 독립성을 업그레이드시켰다.

신 사외이사는 "수책위원장의 역할은 위원회에서 명확한 답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 질문의 수준을 높이는 것"이라면서 "누가 맡더라도 이해상충 없이 좋은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좋은 거버넌스란 좋은 사람을 찾는 것이 아니라 좋은 판단 구조를 만드는 것인 만큼 독립성을 갖춘 수책위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책위는 중대한 의결권 행사 안건과 이해상충 사안을 심의하는 역할을 맡는다. 합병·분할, 경영권 변경, 이사 선임, 자본거래 등이 대표적이다. 비공개 대화 대상 기업과 중점관리 기업을 선정하고 주주관여 활동의 방향과 대응 수준을 결정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공정성이다. 의결권 행사 대상 기업과 사업상 관계로 얽혀 있거나 계열사 이해관계가 작동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신한자산운용 수탁자책임위원장을 맡은 신선경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장은 "수책위의 목표는 주주권익 보호와 이사회의 책임성, 자본배분의 합리성, 절차의 투명성과 공정성 등을 통해 기업 가치를 제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신한자산운용]

사외이사가 수책위원장을 맡게 되면 수책위 활동이 이사회 수준의 감독 견제를 받는 체계로 발전할 수 있게 된다. 신 사외이사는 "수책위는 투자대상 회사를 감시하는 조직이라기보다 투자대상 회사를 감시하는 자산운용사를 다시 한번 감시하는 조직에 가깝다"며 "운용사가 고려해야 할 요소들을 검토했고 이해상충 이슈를 점검했으며 필요한 절차를 거친다는 점을 투명하게 남긴다는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상법 개정과 행동주의 펀드 확산, 주주대표소송 증가 등으로 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에 대한 시장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과거에는 형식적인 의결권 행사에 그쳤다면 이제는 기관투자자 스스로 판단 근거를 설명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는 평가다. 다양한 기업 이사회에서도 주총 안건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주요 기관투자자 의결권 행사 방향을 사전에 분석하는 일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는 분위기다.

그렇다면 수책위의 판단 기준은 무엇일까. 신 사외이사는 운용사의 목적은 수탁자 재산을 불리는 데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특정 안건이 투자 대상 기업의 장기적 기업가치와 전체 주주의 이익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라면서 "주주권익 보호와 이사회의 책임성, 자본배분의 합리성, 절차의 투명성과 공정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일각에서는 수책위 활동 강화가 행동주의 투자 일환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신 사외이사는 이에 선을 그었다. 그는 "운전 중인 사람이 졸고 있다면 운전대를 갑자기 빼앗는 것이 아니라 먼저 말도 걸어보고 찔러도 보고 해서 졸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비공개 대화 대상 기업과 중점관리 기업을 선정하고 주주관여 활동 방향과 대응 수준을 결정해 나가는 것 역시 위원회 중요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좋은 의결권 활동이란 반대 의결권을 다수 행사하거나 주주활동을 많이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질문을 던져서 투자대상 회사가 좋은 판단을 하도록 돕는 것"이라면서 "기관투자가가 경영진을 대신할 수 없고 대신해서도 안 되지만 기업 장기 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에는 책임감 있게 의견을 개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행동주의는 기업가치 개선을 위해 선택할 수 있는 수단 중 하나일 뿐이다.

신 사외이사는 "민간 운용사의 경쟁력은 의결권을 얼마나 많이 행사하느냐가 아니라 어떤 원칙과 절차로 판단하느냐에 있다"면서 "운용업은 결국 판단의 산업이며 고객은 결과뿐 아니라 그 결과를 도출하는 판단의 품질을 신뢰해 자산을 위탁한다"고 말했다. 신한운용 수책위가 지향하는 것도 특정 의결권 결과가 아니라 좋은 판단이 반복적으로 가능한 구조를 조직 안에 정착시키는 데 있다는 강조했다.